개인전 Talk to her. 2014 0707-0830 반쥴샬래

Talk to Her

홍보람展 / HONGBORAM / 洪甫蘭 / painting

               홍보람_둘_깨진 테라코타_6×2×2cm_2009

 

2014_0707 ▶ 2014_0830

초대일시 / 2014_0710_목요일_06:30pm

기획 / 이생강

관람시간 / 11:00am~10:30pm

복합문화공간 반쥴BANJUL서울 종로구 관철동 삼일대로 17길 23Tel. +82.2.735.5437www.banjul.co.krwww.facebook.com/banjul.schale

Talk to Her : 그녀에게 말 걸기. ● 나는 가만히 앉아서 내 안을 들여다본다. / 내 세상에서 나는 그 무엇이었다. / 나는 하염없이 작아만 진다. / 나보다 더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 나는 날아갔으면 하고, 날개를 편다. / 다 타버린 날개는 재가 되어 훌훌 날아갔고. / 날개가 돋았다고 생각했던 그 자리에는 가시가 돋았다.

  홍보람_내 안에 또다른 다_테라코타_20×13×7cm_2008

홍보람의 작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무엇이 있다. 그녀의 작품은 물리적으로 나를 압도하지 않는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스펙터클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저 종이에 수채. 다른 수식은 필요하지 않았다. 화면 위 소담스럽고 부끄러운 붓질. 화면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새롭게 열리는 세상이었다. 홍보람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전화통화였다. 수줍은 그녀의 말소리. 그리고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말투. 그러나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 그랬다. 그녀의 작품은 마치 그녀처럼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어디선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목소리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작품 안에서 설명적인 것들은 빠지고, 오롯이 그녀의 감정이 담긴 솔직한 화면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에게는 그녀의 작품이 깊은 공명이 되어 돌아왔다.


               홍보람_자연과 함꼐 그림- 구럼비_실크에 먹_110×195cm_2011


             홍보람_자연과 함께 그림- 구럼비_종이에 먹_74×142cm_2011

「엄마 생각」에서 아이를 낳은 여자는 죽었는지 혹은 상상에만 존재하는 어떤 여자를 따라 길을 따라간다. 제목이 「엄마 생각」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검은 옷의 그녀는 엄마일 것이다. 아이를 낳고 난 작품 속의 여자는 문득 자신이 아이를 낳는 '여자'임을. 그리고 자신이 보았던 엄마의 길을 가야만 하는 여자의 숙명을 깨달은 듯하다. 이처럼 홍보람의 작업은 작가의 개인적인 상황이나 어떤 상황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담백한 그 순간만으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홍보람_엄마생각_종이에 수채_19×26cm_2013



                         
              홍보람_그림자 안에 머물다_종이에 수채_26×19cm_2008

              홍보람_네사람_천에 수채_153×284cm_2008

세상에 나 혼자 덜컥 남겨진 느낌. 나는 아주 작아만 지고, 세상 어디에서도 나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나의 존재가 작아져서,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진다. 나는 작아지다 못해, 내 표정을 가린 가면을 쓴다. 작품 「의식-알몸」이다. A4 정도 되는 종이 위에 아주 작은 여자가 서 있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면, 그녀의 여리디여린 피부가. 그리고 허옇게 쓴 가면이 보인다. 홍보람의 작업은 물리적으로는 아주 작고, 그 표현 방법 또한 여리디 여린 모습이다. ● 전시되고 있는 테라코타 조각의 작품도 그렇다. 아주 작은 작품이지만 작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한다. 그럼 그 안에는 두 개의 얼굴도 있고, 맞잡은 작은 손도 있고, 밧줄도 있고, 성곽도 있다. 아주 작지만, 자기가 느낀 것을 끝까지 표현해내는 방식은 작가의 감수성을 대변한다. 2013년 제주 구럼비의 바위 위를 돌아다니며 섬세하게 톡톡톡 두드려 끝까지 표현해내기도 했다. (작품 「자연과 함께 그림- 구럼비 바위」) 연약하고, 찢어지기 쉽고, 가볍고, 작고, 흐리고, 부유하고. 그 정체성으로 작가는 관객을 화면 앞으로. 화면 앞으로 끌어당긴다. 화면 가까이에 다가가야만 진짜로 보이는 홍보람의 작업이 있다.

홍보람_몸가족지도_종이에 수채_26×19cm_2008
홍보람_세계와눈맞추기_종이에 수채_19×26cm_2008
홍보람_I-and-House-and-Family_종이에 수채_26×19cm_2008

이번 [반쥴-샬레]에서 초청한 작품은 2008년 수채화 연작시리즈를 중심으로 2014년까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홍 작가의 작품 포트폴리오를 보는 순간, 나는 수채화 시리즈를 보며 가슴이 울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8년 드로잉들은 미국 버몬트 레지던시에 있을 때 작업한 것이다. 타지에서 그녀가 혼자 느꼈을 쓸쓸함과 고독이 작품에서 그대로 배어난다. 그녀의 수채화들은 그녀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에게 다가오는 힘이 있었다. 2008년의 버몬트에 있던 그녀는 2014년 아이를 낳은 엄마가 되었다. 나는 작가에게 2014년 작가가 겪고 있는 일들을 담담히 수채화로 작업해 볼 것을 권유했다. 2008년의 그녀가 2014년의 그녀에게 말을 걸듯이. 어쩌면 2014년의 그녀가 2008년의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은 없었는지 말이다. 사실은 관객이 그녀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녀가 우리에게 너는 잘 살고 있냐고 묻는 것인지도 모른다. Talk to Her 의 Her는 홍보람이 겪었던 감정의 상태를 공유하고 있는 내가 혹은 당신이기도 하다. 똑. 똑. 똑. / 홍보람이 당신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 Talk. Talk. Talk. ■ 이생강


by boram | 2014/08/03 10:52 | Busy Bee News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