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제주에 살어리랏다- 철없는 화가의 제주 적응기 2015 봄호

제주여성

제주에 살어리랏다

철없는 화가의 제주 적응기


제주를 처음 관심을 가지고보게 된 것은 이중섭 창작스튜디오 때문이었다.2008년 미국 버몬트에서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을참가하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자연이 좋은 이런 곳을다시 찾아 그림을 그려야지 마음을 먹고 찾던 중 이중섭창작 스튜디오 1기공고가 난 것을 본 것이다.그것을 인연으로 20091년간 서귀포 정방동에둥지를 틀고 스튜디오에서 먹고자고 그림만 그리는생활을 했다. 그때제주도 자연의 엄청난 기운과 생명력을 느끼고 난생처음 추상적인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섬과 물의 느낌 79x109cm 종이에 목탄 2009



이렇게 그린 그림을 모아서아트스페이스 씨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면서 나 자신에대해 또 제주에서의 삶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자신감을갖게 되었다. 거주기간이끝나고 제주에 더 머물고 싶어 방법을 찾다가 월평마을에빈 집에 잠시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난방이 안되는구옥에서 겨울을 지내다보니 춥고 힘들어서 곧 서울로올라가게 되었다.


다음 제주와의 인연은 제주강정이었다. 강정구럼비는 이중섭 창작 스튜디오에 있을 때 몇 번 가봤는데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넓직한 바위들 사이사이 고인 물에는 수많은생명들이 살고 있었고 물이 조르르 흐르는 소리와무언가 생명이 가득찬 기운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그곳에 해군기지가 생긴다는 것과 그것으로 마을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심해졌다는 것을 듣고 미술가로서무언가 행동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나는 고민하다가 너무 많은 작업량으로 이제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었던 ‘마음의 지도’프로젝트를다시 떠올렸다. ‘마음의지도’는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가장 소중한 기억이 있는 장소를 떠올려 지도를 그리고그 곳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그 다음 그 장소를 내가 직접 찾아가 거기 있는사람을 만나 지도그린 사람의 기억을 전하고 그사람이가지고 있는 기억도 모아 책으로 엮어 참여한 모두와나누는 공동체 바탕의 공공미술이다.큰 맘을 먹고 다시 제주로 내려가 이번에는강정마을에서 여기 저기서 자며 6개월정도 지냈다. 그 동안80여 명의 주민을 만나‘마음의 지도’ 프로젝트를 함께했다.그러면서 구럼비 바위의 아름다운 모습을 탁본으로찍어 드로잉을 하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 그림-구럼비01, 142x74cm, 한지에 먹,2011


강정마을의 갈등이 심해지고경찰과의 싸움이 끊이지 않을 때 아버지가 아프다는소식을 듣고 다시 서울로 갔다.그곳에서 ‘마음의 지도’ 책을 준비하며,이곳 저곳에 강정마을의 소식을 알리는 전시를하며 지냈다. 마을주민들의 지도와 이야기들을 벽에 붙이고 벽화를 그리며대전, 창원,서울, 부천에서전시를 했다. 그러면서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마음의 지도-제주강정, 대전 창작센터전시 중, 2012

마음의 지도- 제주 강정, 아티스트북, 2013 



철이 없던 서로가 한눈에 반해서결혼을 하고 삶은 우당탕하고 변했다.결혼을 하고서 어디서 살까 생각하다가 ‘마음의지도’를 했던 제주도 강정마을 근처 중문에서 3개월정도 살면서 작업 마무리도 하고 여행도 하자는 생각으로다시 제주도로 내려왔다.바로 아기가 생기고 임신을 하고나서 어디로옮길까 고민하다 그냥 제주에 살게되었고 아기를 낳고서우울함이 점점 더 심해졌다.마음껏 활개를 치고 다니던 내가 꼼짝없이 아기와함께 집안에 가둬진 것 같았다.이때의 제주는 참으로 낯설고 두렵고 외로웠다.아무도 모르는 곳에 동떨어진 느낌이 아주 생경했다.그림만 그리면서 살 때랑 다르게 어떻게든 생활비를벌어야했고 적당한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서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그때 아주 가끔 작은 수채화를 그렸다.




S.O.S,26x19cm, 종이에 수채화,2013


지금 제주가 고향인 딸 소하가21개월이 되었다.잠을 잘 못자서 심했던 우울함도 이제 조금씩나아지고 있다. 일자리를찾아서 제주시로 이사를 했고 각자에게 딱 맞는 일자리도찾았다. 아직도 가끔서울 친정에 다녀올 때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내가 왜 제주에서 이렇게 살고 있을까?’하고 자문하기도 한다.그 대답을 스스로에게도 말로 하기는 어렵다.무언가 기운을 펴고서 살 수 있는 빈 공간이 아직남아있는 곳, 나를키워줄 생명력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라는 느낌이어렴풋이 든다. 지금도가족으로 제주에서 살기에 적응중이다.쉽지 않았던 만큼 지금 느껴지는 사소한 행복들이참 고맙고 소중하다. 도와주셨던분들 얼굴도 하나씩 떠오르며 내가 또 우리 가족이 설수 있는 작은 터를 내준 제주가 참 고마웁다.



아기와 나,26x19cm, 종이에 수채화,2014


아기와 나, 26x19cm, 종이에 수채화, 2015

by boram | 2015/05/15 15:01 | Press(Korean only) | 트랙백